“기대 반, 체감 0”.. 디지털 ‘나우다’, 9월이 진짜 시험대다
제주가 띄운 ‘디지털 관광 패스 시대’, 시작도 전에 균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9월 정식 오픈을 앞둔 ‘나우다(NOWDA)’의 가맹 관광지가 34곳으로, 제주도관광협회 기준 전체 관광업계의 10%에도 못 미치는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공영관광지 할인’도, ‘도민 관광시설 연계’도 구현되지 않았고, 시범 단계에서부터 “체감할 혜택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범 일정이 다가오지만,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디지털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된 사업이 현장과의 단절, 설계 미흡, 실효성 논란을 넘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패는 정식 오픈이 아닌 지금부터 예고된 셈입니다. ■ “110억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현장이 비어 있다 ‘나우다(NOWDA)’는 2025년부터 3년간 총 110억 원이 투입되는 제주형 디지털 관광 패스 사업입니다.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회원가입으로 도내 관광, 외식, 교통 할인 혜택’을, 도내 업계에는 ‘실시간 소비 데이터 기반 마케팅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돼 왔습니다. 제주자치도와 관광공사는 “단순 관광 패스가 아닌, 관광 생태계 전환”이라는 수사를 앞세워 사업을 띄웠습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시범 운영의 성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6일 제주관광공사가 밝힌 운영 자료에 따르면, 현재 ‘나우다’와 제휴를 맺은 관광지는 34곳, 전체 가맹점 수는 128곳에 그쳤습니다. 관광협회 회원사만 1,000여 곳입니다. 여기에 외식이나 숙박·체험 등 다른 관광업종까지 더해지면 전체 참여가능 업체 수는 훨씬 늘어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 ‘나우다’의 참여율은 사실상 1%선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mso-style-name:"바탕글";line-height:160%;margin-left:0pt;margin-right:0pt;text-indent:0pt;margin-top:0pt;margin-bottom:0pt;text-align:justify;word-break:break-hangul;layout-grid-mode:both;vertical-align:baseline;mso-pagination:none;text-autospace:none;mso-padding-alt:0pt 0pt 0pt 0pt;mso-font-width:100%;letter-spacing:0pt;mso-text-raise:0pt;font-size:10.0pt;color:#000000;mso-font-kerning:0pt;} -->■ ‘데이터로 바꾸겠다’던 구상.. 현장은 “준비도, 신뢰도 없다” 관광공사는 ‘나우다’를 통해 제주 관광의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저 할인 시스템이 아니라, 소비 데이터를 쌓아 멤버십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참여한 민간 관광시설은 128곳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관광지 34곳, 체험 37곳,식음료·소품 57곳으로 도관광협회 회원사 기준으로만 봐도 전체 1% 미만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현장 업계에서는 “아직 고객 반응도 없고, 우리가 협의한 적도 없다”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일부 관광지 운영자는 “사업자 등록번호 입력하고 QR코드만 받았을 뿐, 어떤 방식으로 연동되는지도 잘 모르는 게 태반”이라며 “‘할인해주라’고는 하는데 실시간 정산은 안 돼 있다. 제대로 된 피드백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 관광객도 “이게 뭐예요?”.. 앱, 서약, 혜택 모두 ‘공백’ ‘나우다’는 네이버 앱 기반으로 작동됩니다. 관광객은 네이버페이 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스캔해 ‘나우다’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나우다’는 제주어로 ‘접니다’라는 뜻이며, 발급 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존중하고 책임 있는 여행자가 되겠다’는 ‘제주와의 약속’에 서약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실제 관광객이 마주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공항에도, 관광지에도, 택시 안에도 제대로 된 안내가 없습니다. 도입 홍보는 아직 웹페이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도민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왔는데, 어디서 받는지 몰랐어요. 혜택이 있다고 해도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관광객 A씨) ■ 소비할수록 ‘등급 상승’.. 그런데 참여처가 없다면? 관광공사는 ‘나우다’의 핵심을 ‘반복 소비 보상 시스템’에 두고 있습니다. 첫 가입자는 ‘웰컴’ 등급에서 시작해, 가맹점 이용 횟수에 따라 ‘스페셜’(25회), ‘시그니처’(50회) 등급으로 승급됩니다. 상위 등급이 되면 할인율이 올라가고,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어디서 써야 하는지 모르는 등급제’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참여 업체 수가 적은 데다, 혜택의 구체성이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공영관광지 할인’? 아직 한 곳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당초 핵심으로 내세웠던 공영관광지 할인 혜택이 아직 단 한 곳에서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관광공사는 사업 초기부터 “성산일출봉·용두암 등 주요 도내 관광지 입장료와 연계된 할인”을 주요 전략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연계된 공영관광지는 없습니다. 제주도 조례상 공영관광지 입장료에는 별도의 할인 항목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관광공사는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며, 이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나우다’의 실질적인 출범은 시범 기간이 끝나는 9월 26일 이후로 봐야 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소비자 반응을 검토하는 시범 운영 단계”라며 “9월 정식 출시 이후에는 공영관광지 연계를 포함해 외국인 패스 확장, NFT 기반 멤버십 거래 기능까지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현장과 따로 노는 플랫폼.. 업계의 신뢰가 먼저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도내 관광업계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불신입니다. 참여 절차는 복잡하고, 혜택은 모호하며, 홍보조차 미비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실제 일부 업장에선 “QR 가입 유도나 스탬프 적립 관리를 위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작 돌아오는 게 없다”며 중도 이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입 취지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여름 성수기 직전에 시범 오픈해놓고, 제대로 된 홍보도 없이 ‘현장에 바로 써보라’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미 잘 돌아가던 업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플랫폼이 새로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관광지나 제휴처 선택이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가입자가 적다 보니 선택 폭 자체가 좁았다”면서,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먼저 인프라를 제대로 갖췄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습니다. 제주도 한 정책 담당 관계자도 “성급하게 ‘오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현장의 혼선을 키운 건 사실”이라며, “정식 출범 전까지 참여 확대와 구조 보완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 ‘나우다’는 계속된다.. 남은 건 신뢰 회복 ‘나우다’는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능 추가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고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128곳 중 34곳이 관광지’라는 현실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현장성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조례 통과와 가맹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우다’는 플랫폼의 외형만 남은 채 방향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제주도민처럼 관광’이라는 메시지와 데이터 기반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전략, 지역화폐·숙박·모빌리티 통합 설계는 여전히 매력적인 가능성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 설계’가 아닌 ‘현장과의 상시 협의 구조’, 그리고 실시간 소비 데이터가 혜택으로 이어지는 사용자 경험 중심 전략이 핵심이라고 조언합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참여 업종을 넓히고, 순차적으로 보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업계 참여 폭을 넓혀나가면서, 매달 할인 혜택을 바꿔 소비자 입장에서의 ‘선택의 재미’와 ‘신선함’도 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례 제정과 가맹 확대가 관건”이라며 “관광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하기 위해 협회 산하 분과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9월 26일 정식 출범.. 다음 한 달이 ‘승부처’ 관광공사는 오는 11일부터 회원가입을 시작으로, 19일에는 멤버십 혜택 시범 운영에 들어갑니다. 이 기간 시스템 안정화와 이용자 경험 검증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9월 26일, ‘나우다’는 정식 출범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마주합니다. 이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관광객과의 신뢰, 업계의 참여, 도민과의 상생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나우다’는 제주 관광의 방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08-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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